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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AI 시대, 대학 교육은?

③ 몰입된 한 학기의 경험

지난 학기 4기 학생들이 처음 랩실에 왔을 때를 기억해보면, 코딩을 할 줄 아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경영대 학부생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 학기에 이 학생들이 해내야 할 것은, AI가 시장 전망을 생성하고 그 전망을 블랙리터만 모델에 결합해서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기 초 학생들의 표정에서 읽히는 건 하나였다. 이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한 학기가 지나고, 학생들은 매우 훌륭하게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설명하려면, 이 학생들의 한 학기를 처음부터 따라가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 구조가 기존 강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학기의 첫 몇 주는 AI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클로드 사용법이었는데, 이건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AI를 다루는 법이 배울게 뭐가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AI한테 뭔가를 물어보는 일 자체를 어려워한다. 정확히 말하면, 뭘 물어봐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렇기에 이건 약간의 시범과 훈련이 필요했다. AI한테 어떻게 질문을 던지는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는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이 연재의 1편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내가 로보틱스를 배운 것과 같은 방식이다. 목적을 주고, AI에게 지도를 펼치게 하고, 그 지도를 따라 걸어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

학생들이 여기에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학습의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코딩을 배워야 하면 AI한테 묻고,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AI한테 묻고, 코드가 안 돌아가면 AI한테 디버깅을 시킨다. 이전에는 교수가(=내가!) 이 모든 것을 직접 가르쳐야 했다. 파이썬 문법부터 시작해서 라이브러리 사용법, 데이터 처리, 모델 구현까지... 기초를 쌓는 것만으로 한 학기를 다 써도 빠듯한 아찔한 실습 과정이다. 하지만 AI는 이 과정을 근본적으로 압축해리고, 학생이 필요한 지식에 접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급속도로 단축된다.

여기까지가 AI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지식을 전달해줘도, 학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해주지만, 학생이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짚어주지는 못한다. 잘못된 가정 위에서 열심히 코드를 짜고 있는 학생한테 "잠깐, 그 가정이 맞아?"라고 물어봐주는 건 현재로서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이 방향으로 가면 학기 끝에 아무것도 안 남으니, 다시 생각해봐." "왜 이 방법을 택한 건데, 근거가 뭐야." 이런 대화를 학생들과 매주, 때로는 매일 한다. 그리고 사실상 이게 내가 LABA에서 하는 일의 전부다.

이러한 방식은 교육부가 만들어둔 과거의 시스템에서는 아마 근무태만처럼 보이지 않을까? 교수가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니! 하지만, 이 방식은 엄청난 구조적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바로 피드백의 속도다. 70명짜리 강의실에서 학생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한 학기에 딱 두 번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학생들은 시험지를 돌려받고 나서야 "아, 이걸 잘못 이해하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수업이 몇 주나 앞으로 나아가버린 뒤다(그것도 교수가 제 시간에 채점을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학습이란 결국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하고, 틀렸으면 바로잡는 순환의 반복인데, 대형 강의실에서 이 순환이 한 학기에 두세 바퀴밖에는 돌 수 없다. 사이클이 느리면, 당연히 배움도 느리다.

LABA에서는 이 순환이 하루에도 몇 바퀴씩 돈다. 학생이 뭔가를 시도하면, AI가 바로 결과를 보여주고, 교수가 방향을 교정해주고, 학생이 고쳐서 다시 시도한다. 이 사이클이 매일 반복된다. 대형 강의에서 한 학기 걸리는 피드백의 순환이 LABA에서는 하루 안에 여러 번 완료된다. 성장의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구조적인 차이 때문이다.

지난 학기 4기 학생들은 이 과정을 거쳐서 학기 말에 블랙리터만 포트폴리오 최적화 시스템을 완성했다. 코딩을 할 줄 몰랐던 학생들이, 한 학기 만에. 그리고 이건 4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기는 머신러닝으로 공모주 고평가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고, 2기는 ML과 LLM을 결합해 상대가치평가를 자동화했고, 3기는 LLM 에이전트로 FOMC 위원들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해 금리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번 5기 학생들은 경영대 학부생들 주제에(?)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니.. 경영대생이!!!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대개 "그 학생들이 원래 뛰어나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수한 학생들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은 70명짜리 강의실에도 얼마든지 있다. 차이를 만드는 건 학생의 재능이 아니라 학생이 놓이는 환경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조작되어 있느냐이다. AI가 지식 접근의 속도를 바꿔주고, 교수가 방향을 잡아주고, 피드백 루프가 매일 돌아가는 이 환경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우리 학생들은 밤을 새기도 하고, 길이 막혀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것은 강의실에 앉아서 슬라이드를 받아 적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힘듦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우리 학생들이 이 과정을 학생들이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학생이 "이게 제가 살고 싶었던 삶이에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밤을 새워가며 프로젝트에 매달리던 바로 그 학생이.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학생은 진심이었다.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마침내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비로소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이건 교육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경험이지만, 우리 학생들은 이러한 감각을 강의실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2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생들이 동아리에서 밤을 새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도 결국 같은 것이다. 능동적으로 몰입하는 경험이 주는 기쁨. 실패를 반복하며 배우고, 궁극적으로 성취하는 충만한 경험. 이건 70명으로 가득찬 강의실에서 슬라이드를 받아 적으며 학점을 채우는 수업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이 이렇게 긍정적이고,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왜 모든 강의실에서 이렇게 하지 않는가. 짧은 답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