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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AI 시대, 대학 교육은?

② 학생들과 강의실 밖에서 만나기

70명의 학생이 밀집된 강의실에서는 한 학기를 함께 보내도 이름을 못 외우는 학생이 태반이다. 출석을 부르고, 슬라이드를 넘기고, 질문 있냐고 물으면 정적이 흐르고, 수업이 끝나면 각자 흩어지는 것은 특별히 사나울 것도 없는 일상이 되어있다. 1편에서 이야기한 대로 매 학기 반복되는 이 연극이 점점 견디기 어려워질 무렵, 소수의 학생들과 좀 다른 방식으로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관찰하고 있던 것이 하나 있는데,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열심히 안 듣지만 똑같은 학생들이 컨설팅 동아리, 투자 동아리 같은 데서는 밤을 새면서까지 뭔가를 한다는 사실이다. 강의실과 교수 앞에서는 멍하니 앉아 있던 학생이 동아리 프로젝트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몰입한다. 이런 관찰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한데,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이 지탄하는 것처럼 요즘의 학생들이 특별히 의욕이 없거나 게으른 게 아니라, 단지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학교와 사회가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이 동아리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용상으로 잘못된 것도 많고 아예 방향이 틀린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잘못된 것을 이렇게 열심히 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 주제를 잡고, 직접 부딪히고,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즐겁고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강의실에서는 교수가 정해준 내용을 정해진 속도로 받아 적는 일을 하는데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쪽은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고, 한쪽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 몰입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그래서 이 관찰을 수업 안으로 가져와보고 싶었다.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그 조건. 즉, 소규모이고, 주제가 열려 있고, 직접 만들어내야 하고, 피드백이 바로 오는 그 환경을 수업의 형태로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에는 비즈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교수 별로 소규모 랩을 운영하면서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제도인데, 일반 강의와는 구조가 다르다. 선발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다른 수업을 듣지 않고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며, 전공 9학점을 부여받는다. 쉽게 말하면 수업 대신 프로젝트를 하는 한 학기인 셈이다.

나는 이 제도 안에서 LABA(Lab for AI and Business Application)라는 랩을 운영하고 있다. AI와 새로운 기술을 비즈니스 환경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큰 주제이고, 매 학기 네 명을 뽑는는데, 보통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가 지원한다. 학생들 수준은 매우 높아서 보통 경영대에서 가장 의욕 있고 우수한 학생들이 학생들이 지원하곤 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 몇 기를 돌려보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한 학기가 턱없이 짧다는 것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주제를 정하고, 기초를 쌓고, 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보려면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아예 방학부터 부트캠프를 돌리고 있다. AI 도구 활용법, 기본적인 코딩, 프로젝트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방학 동안 깔아놓고, 학기 첫 주부터 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처음부터 계획한건 아니고, 기수를 거듭하며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매주 한 번 랩미팅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건 그보다 훨씬 잦다. 막힌 게 있으면 연구실에 찾아오고, 방향이 안 잡히면 이야기하러 오고, 가끔은 별다른 용건 없이도 들른다. 돌이켜보면 공식적인 랩미팅보다 이런 비공식적인 접촉에서 훨씬 더 중요한 대화가 오간 것 같다.

그리고 매 기수마다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는데,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한 학기 동안 무엇을 할지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LABA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한양대학교 경영대에서 가장 우수한 축에 속하는 아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의 인재에 드는 이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고, 과제를 잘 해내고,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막상 "네가 풀고 싶은 문제가 뭔데?"라고 물으면 거의 예외 없이 막막해한다.

왜 그런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학생들이 무엇을 풀어야 할지를 스스로 찾아본 경험이 사실상 없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아이들이 풀어야하는 문제는 늘 누군가가 만들어서 건네준 것이었다. 교과서 끝에 있는 연습문제, 교수가 내주는 레포트, 기업이 던져주는 케이스.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은 넘쳐나는데,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정의할 줄 아는 학생은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이건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가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시켜왔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이 작은 구조가 70명짜리 강의실과 어떻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