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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AI Payoff

② AI가 아껴준 1시간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대담한 미래를 상상했다. 기술 발전과 자본 축적이 계속된다면 100년 뒤에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이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가 바라본 203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주 15시간 근무는 여전히 요원하다. 그렇다고 지난 100년 동안의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생산성과 생활 수준은 케인스가 살던 시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상됐다.

​케인스의 전망에서 빗나간 것은 “기술이 시간을 절약해 줄 것”이라는 전제라기보다, 그렇게 절약된 시간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관한 가정이었다. 생산성이 높아졌을 때 사람들은 노동시간을 줄일 수도 있지만,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더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기술이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그 시간이 자동으로 여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AI가 업무시간을 줄여준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제적 성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절약된 시간이 어디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하다.

​시간을 아끼는 것과 돈을 아끼는 것은 다르다

​최근 한국은행은 국내 취업자를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평균 3.8% 적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40시간의 업무량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주 약 1.5시간의 처리시간을 아낀 셈이다.

​직원 한 명당 일주일에 1시간 반이라는 수치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이 1만 명인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주 1만 5,000시간, 연간으로는 약 78만 시간의 여유가 새롭게 생긴다. 여기에 평균 임금률을 곱하면 금세 수백억 원 규모의 숫자가 만들어진다.

​기업의 AI 투자수익률 계산이 잘못되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원이 AI를 사용해 기존 업무의 처리시간을 10% 줄였다고 하자. 그렇다고 회사의 인건비가 1,000만 원 감소한 것은 아니다. 직원의 급여가 삭감되거나 인원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 회사가 실제로 지출하는 돈은 그대로다.

​여기서 회사가 얻은 것은 현금이 아니라 시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잉여 용량(capacity)을 확보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AI로 100억 원을 절감했다”는 화려한 보고서가 만들어지지만, 정작 재무제표 어디에서도 그 100억 원을 찾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절약된 시간에 평균 임금률을 곱한 값은 경제적 잠재력을 나타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실현된 비용 절감액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 절감이 자동으로 생산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생성형 AI를 통한 업무시간 절감률과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는 사실상 0이었다. AI가 개별 업무의 처리속도는 높였지만, 그렇게 확보된 시간이 추가적인 산출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아껴준 시간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 글에서는 기업이 확보한 시간을 다음의 다섯 가지 경로로 구분한다.

  • 실질적인 비용 소멸: 초과근무가 줄어 수당 지급액이 감소하거나, 외주에 맡기던 업무를 내부에서 처리하거나, 퇴사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다. 이때는 실제 현금 지출이 감소하므로 시간 절감이 장부상의 비용 절감으로 전환된다.

  • 처리 용량(Capacity) 증가와 추가 매출: 고객센터에 처리하지 못한 문의가 쌓여 있거나, 생산 라인에 밀린 주문이 있다면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고용 없이 매출과 공헌이익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추가 수요가 존재해야 한다. 들어오는 주문이 없는데 처리 능력만 1.5배 늘어난다고 해서 경제적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재배치: 보고서 작성에 3시간을 쓰던 직원이 AI를 활용해 이를 1시간 만에 끝내고, 남은 2시간을 신규 고객 발굴이나 복잡한 문제 해결, 제품 개발, 내부통제 강화에 사용하는 경우다. 투입되는 인건비는 그대로이지만 동일한 인력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생긴다.

  • 조직의 여유(Slack) 확보: 일이 일찍 끝난 만큼 휴식을 취하거나, 동료를 돕거나,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데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여유는 단기적으로 매출이나 비용 절감으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예기치 못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직원의 소진을 줄이고 장기적인 숙련 형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당장의 인건비 절감액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 증발 (행방불명): 업무시간이 줄었다고 하는데 남은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조직이 알지 못하는 상태다. 비용도 그대로이고, 산출량도 늘지 않았으며, 새로운 역량이 축적됐다는 증거도 없다면 AI가 만들어낸 시간은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시간을 아낀 직원은 스스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할까?

​절약된 시간이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재배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근 연구가 있다. 2026년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에 발표된 데빈 샨티쿠마르(Devin Shanthikumar)와 유일선(Il Sun Yoo)의 연구다. 연구진은 증권사의 AI 투자가 소속 애널리스트의 정보 처리와 정보 획득 방식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분석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핵심 과업 중 하나는 방대한 기업 공시와 재무정보를 신속하게 읽고 분석해 이익 전망을 갱신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증권사의 전체 채용공고 중 AI 관련 채용공고가 차지하는 비율을 AI 투자 수준의 대리변수로 사용했다. 그리고 AI 투자 수준이 높은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의 행동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AI 투자 수준이 높은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일수록 기업의 10-K 공시 이후 이익 전망치를 더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공시자료의 기계 판독 가능성을 높인 iXBRL이 도입된 이후 이러한 관계가 더욱 뚜렷했다. AI가 방대한 공개정보를 추출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애널리스트의 정보 처리속도를 높였다는 설명과 일관된 결과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처리속도 자체보다 그다음에 나타난 행동의 변화다. AI 투자 수준이 높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새롭게 분석하는 기업과 산업의 범위를 확대했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익 전망은 더 정확하고 과감해졌으며, 특히 공개정보만으로 예측하기 어렵거나 기업 관계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차이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수행한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AI를 정보 검색과 추출, 정리, 감성분석 등에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담당 기업을 더 깊이 조사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분석하고 기업 관계자와의 상호작용을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연구가 각 애널리스트의 하루를 분 단위로 추적해 “공시 분석에서 절약된 1시간이 정확히 어느 업무로 이동했다”고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증권사의 AI 투자 수준과 애널리스트의 후속 행동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인터뷰를 통해 그 메커니즘을 보완한 연구다. 따라서 AI가 이러한 행동 변화를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연구 결과가 ‘AI를 통한 공개정보 처리의 자동화가 인간에게 더 적합한 추가 정보 획득 활동을 확대한다’는 설명과 일관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하루 동안 수행하는 업무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 공개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반복적인 작업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분석 대상을 찾거나 기업 관계자와 소통하고, 기계가 쉽게 획득하기 어려운 추가 정보를 해석하는 활동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사례를 “직원들에게 AI만 쥐여주면 알아서 가치 있는 일을 찾아 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

​애널리스트는 예측의 정확성과 적시성, 담당 기업과 산업의 범위 등 성과를 비교적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직무다. 더 깊은 조사와 차별화된 정보의 획득이 개인의 평가와 경쟁력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성과와 소득의 연계가 강한 자영업자, 업무 자율성이 높은 전문직과 같은 집단에서는 AI를 통한 시간 절감이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로 연결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반대로 성과 기준이 불분명하고, 추가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으며, 업무를 스스로 재설계할 권한도 없는 조직에서는 절약된 시간이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이동할 이유가 약하다. 기술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지만, 그 시간을 조직의 성과와 혁신으로 이어지는 곳에 보내는 것은 결국 경영의 역할이다.

​가치 창출의 3단계

​AI 투자에서 실제 페이오프가 발생하는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세 단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확보(Release)다.

​AI를 활용해 기존 업무에 투입되던 시간, 대기시간, 정보 처리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여력을 확보하는 단계다. “보고서 작성속도가 30% 빨라졌다”, “문서 검토시간이 주당 5시간 감소했다”는 평가는 대부분 이 단계에 해당한다. 이 확보의 단계는 중요한 기술적 성과지만, 아직 경제적 성과는 아니다.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의미일 뿐 그 시간이 무엇을 만들어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두 번째 단계는 재배치(Reallocate)다.

​확보된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다. 초과근무와 외주를 줄일 것인지, 충원 예정 인력을 줄일 것인지, 밀려 있던 수요를 처리할 것인지, 영업·혁신·분석·통제와 같은 더 중요한 활동으로 이동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AI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은 사실 기술 도입보다 이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절약된 시간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하지 않으면 기존 업무의 빈틈 속으로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실현(Realize)이다.

​재배치된 시간이 실제 경제적 성과로 나타나는 단계다. 초과근무수당과 외주비 감소, 추가 수주에 따른 증분 공헌이익, 처리기간 단축에 따른 운전자본 회수, 오류 감소에 따른 손실 방지, 고객 유지율 개선과 같은 결과로 확인되어야 한다. 확보된 시간을 재배치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가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영업활동에 시간을 더 사용했지만 계약이 늘지 않을 수 있고,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썼지만 의사결정이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재배치된 활동과 최종적인 경제적 성과 사이의 연결까지 검증해야 한다.

​이 세 단계의 논리를 적용하면 기업의 AI 투자 성적표는 완전히 달라진다. ​AI가 연간 10만 시간을 절약했다면 평균 임금률을 곱해 곧바로 비용 절감액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다음을 물어야 한다.

​그 10만 시간 가운데 실제 비용 감소로 전환된 시간은 얼마인가. 추가 수요를 처리하는 데 사용된 시간은 얼마인가.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이동한 시간은 얼마인가. 직원의 학습과 회복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겨둔 시간은 얼마인가. 그리고 아직 어디로 갔는지 확인되지 않는 시간은 얼마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측정한 것은 AI의 성과가 아니라 AI가 제공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AI 도입 전, 남는 시간의 목적지부터 설계하라

​AI가 만들어낸 시간과 실제 경제적 성과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의외로 직관적이다. AI를 도입한 뒤에 “다들 남는 시간에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절약될 시간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영업팀의 제안서 작성시간을 직원 한 명당 주 5시간 줄여주는 AI 도구를 도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프로젝트 승인서에 단순히 “제안서 작성시간 50% 단축”이라고 적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재배치 계획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절약되는 5시간 중 최소 3시간은 기존 고객과의 추가 대면 미팅 및 신규 고객 발굴에 의무적으로 투입한다.

여기서 끝나서도 안 된다. 실제로 고객 접촉시간이 증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추가된 고객 접촉이 상담기회와 제안 건수, 수주율, 공헌이익 증가로 이어졌는지 추적해야 한다.

​그렇다고 조직의 모든 시간을 숨 막히게 통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절약된 시간을 직원의 재교육이나 새로운 기술의 학습에 사용할 수도 있다. 집중도가 높은 업무 이후의 회복시간으로 남겨둘 수도 있고, 단축 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조직이 의식적으로 선택했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시간을 당장의 매출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시간을 남겼고, 무엇을 위해 이동시켰는지를 조직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도입으로 확보한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평균 임금률만 곱해 ROI를 계산하는 것과, 잉여 용량의 목적지를 먼저 정하고 그 결과를 추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영이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AI 프로젝트 보고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시간을 얼마나 줄였습니까?”가 아니다. 그 답을 들은 뒤 반드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그 아낀 시간은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AI가 직원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은 기술의 성과다. 그러나 그 시간을 돈과 성장, 학습과 회복이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은 온전히 경영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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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현, 오삼일, & 윤종원. (2026).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BOK 이슈노트 제2026-12호). 한국은행. https://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98322&menuNo=200433

​Keynes, J. M. (1963).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In Essays in persuasion (pp. 358–373). W. W. Norton & Company. (Original work published 1930)

​Shanthikumar, D., & Yoo, I. S. (2026). Beyond automation: AI and the human value of sell-side analysts.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111/1475-679x.70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