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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AI Payoff

① 직원들은 빨라졌는데, 왜 회사의 지갑은 그대로일까?

19세기 말, 짙은 연기를 뿜어내던 공장에 처음으로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를 떠올려 보자. 전기가 보급되기 이전의 공장은 지금처럼 각각의 기계들이 개별적으로 모터를 달고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대신, 공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증기기관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 거대 기관이 중앙 회전축을 돌려 동력를 생산해내면, 천장을 가로지르는 축과 벨트가 그 동력을 각 기계로 전달하는 구조였다.

이후 전기 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 기업들이 선택한 혁신의 방법은 몹시 단순했다. 공장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증기기관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반짝반짝 거리는 새로운 전기 모터를 들여놓았다. 전기라는 혁신 기술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동력의 원천만 바뀌었을 뿐 천장의 축과 벨트, 기계의 배치, 노동자들의 작업 흐름은 과거의 방식과 동일했다. 당연하게도, 전기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마법 같은 생산성 향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기가 가진 진정한 가치는 하나의 중앙 동력이 아니라 각각의 개별 기계마다 전동기를 따로 부착하는 '개별 구동 방식(Unit drive)'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앙 회전축의 맞춰 억지로 기계들을 배열할 필요가 없어지자, 기업들은 생산 흐름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장 레이아웃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었다. 고장난 기계 한 대를 수리하기 위해 공장 전체의 가동을 멈춰야 했던 어처구니 없는 비효율도 사라졌다.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Paul David)는 이 과정을 가리켜 "새로운 범용 기술(GPT)의 가치는 기존 생산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와 결합될 때만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David, 1990).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지금, 기업들은 AI라는 새로운 범용 기술 앞에서 그때와 똑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증기기관 자리에 최신식 AI 모터만 갈아 끼우고 있는가, 아니면 AI 시대에 맞춰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있는가.

개별 과업 단위의 생산성 향상

단언하건대, AI가 개별 과업(Task) 수준에서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가 이끄는 연구팀은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고객 상담 직원 5,172명을 관찰한 결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직원들에게 생성형 AI 도구를 쥐여주자 그들이 시간당 처리하는 고객 문의 건수는 평균 15% 늘어났으며, 경험이 부족하거나 평소 성과가 낮았던 직원일수록 AI의 혜택을 크게 받아 생산성이 무려 30% 가까이 껑충 뛰었다 (Brynjolfsson, Li & Raymond, 2025).

경영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론도 동일하다.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의 업무를 맡겼을 때, 컨설턴트들은 25%나 더 빨리 일을 마쳤고 결과물의 질적인 수준도 훨씬 높았다 (물론 AI의 능력을 벗어난 업무에서는 오히려 정답률이 떨어지는 한계도 명확했다) (Dell'Acqua et al., 2023). 즉, 적재적소에 사용되기만 한다면 AI가 개인의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당장 링크드인만 보아도 내가 뭘 새로 만들어서 뭘 했다는 이야기가 지겨울 정도로 넘쳐난다!

자, 그렇다면 아주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직원들의 생산성이 30% 올랐다면, 우리 회사의 이익도 30%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겪는 혼란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직원의 업무 속도가 향상되는 것과 기업의 이익

앞서 언급한 고객 상담 연구에서 주로 사용된 측정 지표는 "시간당 문의 해결 건수"이다. 훌륭한 성과지만, 연구진 역시 이 수치가 회사의 전체 인건비를 줄이거나 구조적인 이익 증가를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과업 생산성과 기업의 재무적 성과 사이에는 생각보다 거대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보고서 한 편을 작성하는 데 2시간이 걸리던 직원이 AI의 도움으로 이를 1시간 만에 끝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업 생산성은 정확히 2배(100%) 상승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부담하는 인건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직원은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며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 단축된 1시간을 활용해 고객을 한 명 더 만나 매출을 올리거나 더 심도 있는 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의미 없는 회의가 추가되거나 AI가 쓴 초안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혹은 자잘한 잡무들로 시간이 분산되어 결국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휘발될 가능성도 높다.

어느 경우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0% 단축되었다는 측정치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기업의 경제적 성과로 직결되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I 생산성(AI Productivity)과, 그 변화가 기업의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로 치환된 AI 페이오프(AI Payoff)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시적인 기업 단위 연구에서도 이 간극은 여실히 드러난다. 타니아 바비나(Tania Babina) 교수가 정리한 2026년까지의 AI 연구 리뷰를 보면, 좁고 명확한 과업에서는 AI의 효과가 뛰어나지만 기업 전체 단위로 올라가면 그 효과가 신기루처럼 흐릿해진다. 새로운 기술이 조직 구조, 기존의 보완적 투자, 도입 방식의 차이 등과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Babina, 2026).

심지어 미국 제조업의 AI 도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초기에 생산성과 수익성이 오히려 나빠졌다가 한참 뒤에야 반등하는 "J커브"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McElheran et al., 2025). 신기술을 기존 프로세스에 욱여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정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데이터에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파편적으로 보고되고는 있지만(Babina et al., 2026), 연구자들은 그 비결이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AI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구축한 조직 자본(Organization capital)의 축적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업에서 현금흐름까지, 극복해야 할 단계들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대개 첫번째 계단인 AI사용(Usage)에 대한 수치를 보고 뿌듯해한다. 예를들어 생성형AI 사용자수, 프롬프트 입력 횟수, 토큰 사용량 따위들이다. 그 다음에는 과업 성과(Task Performance)를 측정하며 성공을 확신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업무를 얼마나 더 빨리, 정확하게, 높은 품질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하는 식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여기서 평가를 멈추지만, 사실 진정한 검증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예를 들어, 보고서를 빨리 쓴 것이 회사의 전체 의사결정 주기를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확인하는 프로세스 성과(Process Performance)에 대한 측정이 필요하다. 상담 속도가 빨라져 고객의 실제 대기 시간이 단축되었는지, 개발자의 코드 작성량이 늘어 실제 제품 출시 주기(Time-to-market)가 단축되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경제적 성과(Economic Performance)다. 이는 프로세스의 변화가 비용, 처리 용량(Capacity), 수요, 위험 요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실제로 절감된 비용이 있는지, 기존 자원으로 더 많은 수요를 소화했는지, 그로 인해 매출과 공헌이익이 증가했는지, 재고나 불량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감소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이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변화가 비로소 기업의 현금흐름(Cash Flow)과 기업가치에 반영된다.

사용(Usage) → 과업 성과(Task) → 프로세스 성과(Process) → 경제적 성과(Cost·Capacity·Demand·Risk) → 현금흐름(Cash Flow)

이 단계들 중 단 하나만 끊어져도 기업에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AI 사용률은 높지만 과업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의 작업 속도는 빨라졌는데 부서 전체의 처리량은 제자리걸음일 수도 있다. 처리량(Capacity)은 늘어났지만 시장의 추가 수요가 없어 매출은 변함이 없을 수 있다. 심지어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AI 인프라를 운영하고 산출물을 검수하며 보안을 통제하는 숨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각 계단에서 관찰된 지표들이 모두 성과인 것은 맞지만, 그것들이 기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재무적 성과가 아닐 뿐이다.

경영진이 던져야 할 하나의 질문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 AI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던진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직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가?", "보고서 작성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가?", "생산성이 몇 %나 올랐는가?"

이들은 모두 필요한 질문들이지만, 결코 충분한 질문은 아니다. 진정으로 AI Payoff를 고민하는 경영진이 마지막에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사실 "그래서 그 생산성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회사의 돈이 되었는가?" 이것 하나 뿐이다.

이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는 순간, 막연했던 AI 투자의 실체가 뼈대를 드러낸다. "생산성 20% 향상"이라는 공허한 숫자 대신, 프로세스 어디에 숨통이 트였는지, 남는 자원을 어디로 돌려 매출을 올리고 리스크를 줄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100여 년 전, 구식 공장에 커다란 전기 모터 하나를 가져다 놓는다고 기업의 생산이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공장의 작업 흐름 전체를 전기에 맞게 다시 짰을 때 비로소 생산성 혁명이라는 마법이 시작될 수 있었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챗GPT 계정을 하나씩 끊어주는 것은 과거의 모터만 갈아 끼우는 일에 불과하다. 진정한 혁신은 AI라는 새로운 동력원에 맞춰 우리 회사의 업무 흐름, 자원 배분, 성과 측정 방식을 뼛속까지 다시 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끊임없이 다음 네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1. 발굴(Map): 우리 가치 사슬의 어디에서 AI의 가치를 찾아낼 것인가?

  2. 배분(Allocate):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집중 배분할 것인가?

  3. 입증(Prove): 성과가 실제로 발생했음을 데이터로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4. 확대 및 중단(Scale or Stop): 증거를 바탕으로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멈출 것인가?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이 네 가지 의사결정의 뼈대를 차례대로 해부할 것이다. 당장 다음 회차에서는 가치 경로에서 가장 빈번하게 맥이 끊기는 마의 구간, 바로 '과업 성과'와 '프로세스 성과'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AI가 우리 직원의 시간을 정말로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면, 도대체 그 귀중한 시간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Babina, T. (2026). Understanding firms' AI efforts and their economic impact (NBER Working Paper No. 35123).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https://doi.org/10.3386/w35123

Babina, T., He, A. X., & Jiang, R. (2026). Canaries in the gold mine: Early productivity gains from artificial intelligence creating organization capital (NBER Working Paper No. 35684).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https://doi.org/10.3386/w35684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2025). Generative AI at work.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40(2), 889–942. https://doi.org/10.1093/qje/qjae044

David, P. A. (1990). The dynamo and the computer: An historical perspective on the modern productivity paradox.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80(2), 355–361.

Dell'Acqua, F., McFowland, E., III, Mollick, E., Lifshitz, H., Kellogg, K. C., Rajendran, S., Krayer, L., Candelon, F., & Lakhani, K. R. (2026).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Organization Science.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287/orsc.2025.21838

McElheran, K., Yang, M.-J., Kroff, Z., & Brynjolfsson, E. (2025). The rise of industrial AI in America: Microfoundations of the productivity J-curve(s) (CES Working Paper No. 25-27). U.S. Census Bureau, Center for Economic Studies. https://www2.census.gov/library/working-papers/2025/adrm/ces/CES-WP-25-27.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