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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주주들은 삼전닉스 이사들을 배임죄로 고소하라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결정한 데 이어, 삼성전자 노사도 5월 20일 사업성과를 재원으로 하는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21일로 예고됐던 총파업은 일단 유보됐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영업이익 30% 요구 및 카카오 노조의 동조 움직임에서 보듯, 영업이익 N%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라는 흐름이 이 때다 하며 하이에나 떼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주니까 우리도 줘를 넘어서서 우리는 법적/회계적으로 영업이익의 N%를 누군가가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하이닉스는 물론 모든 유사한 합의들은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회계: 영업이익은 회사가 줄 수 있는 돈 자체가 아니다

자명한 사실부터 짚자.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숫자다. 여기서는 아직 차입금 이자, 법인세,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을 조달한 주주의 몫이 한 푼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채권자, 정부, 주주가 차례로 권리를 행사하기 전의 미분배 풀(pool)일 뿐이며, 어떤 의미에서도 회사가 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기 돈이 아니다.

상법 제462조가 배당가능이익을 따로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당은 당기순이익에서 적립금과 자본준비금 등을 차감한 뒤에야 비로소 산정되며, 그것마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단체협약 한 장으로 직원에게 자동 귀속시키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은, 상법상 모든 절차를 통째로 우회한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가 "세전이익 단계의 영업이익을 일률 배분하는 방식은 상법상 배당 구조를 우회하는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고 정면 반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계학이 가르치는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 개념의 핵심은, 주주가 먼저 가져가는 자가 아니라 마지막에 남는 것을 가져가는 자라는 데 있다. 마지막에 있기에 위험을 부담하고, 위험을 부담하기에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 인정된다. 영업이익 단계에서 분배가 일어나면, 위험과 보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이 무너진다. 법조계에서도 이러한 합의가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고 자본충실의 원칙을 왜곡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미 2013년 판결(2012도717), 2000년 판결(99도2781)에서 이사회 결의가 있었더라도 주주나 채권자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배임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경제학: 모든 분배가 성과급은 아니다

성과급의 본질은 한계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 또는 측정 가능한 기여에 대한 차등 보상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개별 노동자의 한계기여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가장 큰 동인은 AI 메모리 호황이라는 시장 사이클, 과점적 산업구조, 수십 년에 걸친 누적 R&D, 그리고 자본설비의 압도적 규모다. 한 마디로, 엔지니어들이 작년보다 두 배로 일해서 이익이 두 배가 된 것이 아니다. 자본과 시장이 만들어 낸 초과이익, 즉 경제학자들이 지대(rent)라 부르는 부분이 폭증한 것이다.

이 지대를 노동의 성과로 위장해 부르는 순간, 사회는 두 가지를 잃게된다. 첫째, 진짜 성과급이 가진 인센티브 기능이 사라진다. 누가 더 잘해서 더 받는 구조가 아니라, 시장이 좋을 때 모두가 비례적으로 받는 구조가 되면, 개별 노력에 대한 한계보상은 0에 수렴한다. 둘째, 산업 전체가 지대추구(rent-seeking)의 장으로 변질된다. 가치를 새로 만드는 활동 대신, 이미 만들어진 파이의 자기 몫을 늘리는 데 자원이 투입된다. 툴럭(Tullock)과 크루거(Krueger)가 일찍이 경고했듯, 지대추구가 만연한 경제의 후생 손실은 결코 작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 30%를 요구하고, 카카오와 협력업체들까지 비슷한 명문화 요구를 확산하는 현 상황은, 한 번 영업이익 연동을 제도화하면 비교 임금 압력이 산업 전체에 도미노처럼 번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는 노동의 정당한 권리 회복이 아니라, 지대 분배 게임의 자기증식이다. 게임이 한 번 시작되면, 어느 기업도 우리는 안 한다고 버티기 어렵다.

결론: 잘못된 프레임이 만드는 잘못된 결정

노동자가 자신의 기여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는 자명하다. SK하이닉스로의 인력 유출, 미국 마이크론으로의 이탈이 보여 주듯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인재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사실이다.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노조의 본질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지금 노조의 행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물 들어올 때 크게 한탕 해야겠다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와 다르지 않다. 정의도 공정도 없는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한 집단의 정당하지 않은 이기주의는, 필연적으로 박탈 집단의 분노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 N%는 회계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옳지 않으며, 공정하지도 않다. 회계적으로는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손익계산서 윗단에서 잘라 가는 위법 배당의 외관을 띠고, 경제학적으로는 지대를 성과로 분식해 산업 전반의 인센티브 구조를 왜곡한다. 법적으로는 주주충실의무를 저버린 배임행위가 될 것이다. 사측 이사회가 단기 파업을 피하기 위해 이를 수용한다면, 그 합의서가 곧 이사 배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경고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주주들은 더는 방관자로 머물 수 없다. 대법원은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확인해 왔다. 단체협약이 이사의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침해했다고 판단된다면, 협약 효력 정지 가처분, 배임죄 고소, 주주대표소송이라는 법적 수단은 이미 주주의 손에 쥐어져 있다. 소액주주단체가 협약 무효 가처분 신청 검토에 착수한 움직임이 의미심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잔여청구권자인 주주가 침묵하는 한, 위법하고 불공정한 분배는 관행이 될 것이고, 관행이 된 위법은 더 이상 위법으로 다투기 어려워진다.

누군가의 이혼 과정을 수월하기 위해 합의로 인해, 한 기업의 거버넌스가 흔들리고, 한 산업의 인센티브 구조가 비틀리며, 결국 한 국가의 자본 형성이 둔화되며, 사회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이다. 주주들은 이들을 모두 고소해야 할 것이다.